엘로힘(אֱלהִים)과 수수께끼 같은 말 ‘우리’

엘로힘의 의미

‘엘로힘(אֱלהִים, Elohim)’은 구약성경의 원전인 히브리어1 성경에서 하나님(God)을 지칭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된 용어다. 정확하게 말하면 ‘하나님들(Gods)’, ‘신들(gods)’이라는 의미를 가진 복수 명사다. ‘하나님’, ‘신’을 뜻하는 단수 명사 ‘엘로아흐(אֱלוֹהַּ)’에 복수형 어미 ‘임(ים)’이 붙은 형태다. 엘로힘은 구약성경의 원전에 2500회 이상 나타나 있다. 하나님의 ‘이름’인 ‘여호와’와는 별개의 개념이다.

엘로힘의 정확한 어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힘, 능력’을 뜻하는 ‘엘(אֵל)’에서 파생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2 엘은 힘, 능력을 뜻하면서 하나님을 칭할 때 쓰기도 한다. ‘하나님의 얼굴’이라는 뜻의 ‘브니엘(פְנוּאֵל)3’,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다’는 뜻의 ‘임마누엘‘, ‘여호와는 하나님이시다’라는 뜻의 ‘엘리야(אֵלִיָּ֨הוּ)‘ 등이 그 예다.

엘로힘이라는 용어는 성경의 첫 구절인 창세기 1장 1절부터 나타나 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는 구절의 ‘하나님’은 히브리어 성경에 ‘엘로힘’으로 표현되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하나님들’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한 분 이상이라는 것인데, 하나님이 한 분이라는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히브리어 성경 창세기 1장, 엘로힘(אֱלהִים)은 '하나님들'을 의미한다.

엘로힘과 창세기의 수수께끼 같은 말 ‘우리’

미국의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발간한 단행본 『성서 속의 불가사의: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창세기에 나오는 수수께끼 같은 말 ‘우리’’라는 화두를 던지며 창세기 1장에 묘사된,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는 장면에 대해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4

“창세기 1장의 절정과 그 신비의 핵심은 히브리어로 인간 혹은 인류를 뜻하는 ‘아담’의 창조에 관한 묘사에 있다. … 하나님은 “인간이 있으라” 하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하나님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자(창세기 1:26)”고 말한다. … 이 대목은 오랫동안 성서를 해석하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가 되어왔다.” – 성서 속의 불가사의: 풀리지 않는 의문들 中 –

‘엘로힘’과 ‘우리’라는 표현이 수수께끼인 이유는 하나님이 한 분이라는 기독교 신앙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엘로힘’과 ‘우리’라는 표현이 의외로 많다. 성경 전반에 걸쳐 하나님이 한 분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성경은 첫 장부터 하나님의 피조물인 사람을 통해 하나님이 두 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성서 속의 불가사의: 풀리지 않는 의문들』에서 언급했던 창세기 1장 26절에 이어 27절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님이 한 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자”고 말하고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 즉, 하나님이 자신을 모델로 사람을 창조했는데 그 결과물이 남자와 여자였던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하나님의 고유한 속성 중 하나인 유일성을 뒤흔든다. 남성적 형상의 하나님뿐 아니라 여성적 형상의 하나님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엘로힘, 즉 ‘하나님들’의 존재는 바벨탑 사건에도 등장한다. 두 분의 하나님은 마천루를 세워 하나님에게 도전하는 오만한 인류를 내려다보며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게 하여 그들로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고 말한다.5

<바벨탑>, 네덜란드의 화가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el the Elder) 作.

성경은 ‘엘로힘’과 ‘우리’라는 단어를 여러 곳에 배치함으로써 하나님의 유일성에 대한 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특히 창세기 1장의 사람을 창조하는 장면은 남성 형상의 하나님과 여성 형상의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방점을 찍은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엘로힘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

엘로힘과 창세기 1장의 사람을 창조하는 대목에 대해 학자들의 해석은 다양하다. 고대 유대인 철학자 필로(필론)는 “오직 하나님만이 그 이유를 알고 있다”면서도 “선과 악을 함께 지닌 인간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초기 기독교 학자들은 창조 현장에 있던 그리스도에 대한 언급이라고 생각했다.4

지금까지 성경학자들은 하나님 자신이나 천사들을 의미한다고 풀이해왔다.4 삼위일체 하나님, 즉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삼위일체의 본질적인 의미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데서 온 모순이다. 성부, 성자, 성령은 한 분이다.

간혹, 엘로힘이 하나님을 지칭하는 경우, 하나님의 장엄함(위대함)을 나타내기 위해 복수 형태를 갖춘 장엄복수형, 또는 강조복수형이라고 이해되기도 했다. 일부 학자들은 복수명사인 엘로힘이 다신론적인 배경에서 나온 단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2

남성은 여성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남성의 존재는 여성의 존재를 반증한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에 남성과 여성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은 자연스럽다. 여성 없이 남성만 존재하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구분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면, 하나님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구분은 어색하고 생소하다. 기독교가 오랫동안 남성 형상의 아버지 하나님만 신앙해왔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성경이 두 하나님, 즉 남성 형상의 하나님과 여성 형상의 하나님의 존재를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영상] 우리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들자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설교

각주

  1. 히브리어는 고대 팔레스타인 지방에 살던 유대인(히브리인)들의 모국어인 고전 히브리어와 현재 이스라엘의 공용어인 현대 히브리어가 있다. []
  2. 아가페 성경사전, 아가페서원 [] []
  3. 야곱이 얍복강을 건널 때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끝에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는데, ‘하나님과 대면하고도 죽지 않았다’는 의미로 그곳을 ‘브니엘’이라 칭했다. []
  4. 성서 속의 불가사의: 풀리지 않는 의문들, 리더스 다이제스트, 동아출판사 [] [] []
  5. 창세기 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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